“마음 속엔 하얀 늑대와 회색 늑대가 산다 회색 늑대는 분노, 두려움 등이 가득 찼고 하얀 늑대는 사랑, 평화, 희망이 가득 찼다 마음 속 두 마리 늑대는 항상 싸우고 있다”
필자는 10여 년 전에 금연을 시작했고, 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당시 금연 시도를 하면서 느낀 점은 내 생각과 감정 그리고 의지만으로 모든 것을 다 이룰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담배를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3개월 이상 지속하지는 못했다. 피고 싶다는 욕망을 억누르면서 참았기 때문에 답답함과 괴로움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상당했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의 하나가 직장 근처 대학병원에서 금연클리닉 상담을 받는 것이었다. 전문의와 상담 후 자연스럽게 금연 보조약을 처방받았다. 해당 약은 흡연을 일정 기간 계속하되 이후 자연스럽게 금연으로 전환하도록 도와주는 약이었다. 보통 약을 사용하고 5주 차 이내에 금연을 시작하도록 안내되어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약을 먹은 후 3일 차 이후 바로 금연을 시작했다.
금연‘한 것’이 아니라 금연을 ‘당한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담배 맛도 없을 뿐만 아니라 담배 피우고 싶다는 욕구 자체가 생기지 않았다. 원리는 간단했다. 니코틴이 니코틴 수용체에 달라붙으면 도파민을 만들어내는데, 이때 발생하는 도파민이 뇌에 기쁨과 행복감, 만족감 등을 가져다준다. 흡연했을 때 만족감을 얻는 이러한 작용 때문에 흡연에 중독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복용한 약에 포함된 특정 약물 성분이 니코틴을 대신해서 니코틴 수용체에 달라붙음으로써 니코틴이 들어갈 자리가 없게끔 만들어 주었다. 흡연하여 니코틴이 몸 안에 들어와도 도파민 보상이 일어날 기회를 안 주어 담배 맛은 못 느끼고 연기를 마셨다는 해로움만 느끼게 하여 담배를 멀리하게 해준다는 것이 해당 약을 만든 제조사의 설명이었다. 담배에 대한 생리적 욕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서 쉽게 금연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금연 보조약의 원리였다. 같은 약을 먹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같은 효과를 얻는 것은 아니겠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아주 이른 시간에 부작용 없이 금연할 수 있었다. 필자의 금연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명상을 통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내가 하는 모든 생각, 감정, 행동들은 내가 선택해서 하는 의도적 결과로 인식된다. 하지만 고요히 멈추어 마음이 작동되는 원리를 살펴보면, 내가 의도적으로 그 마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욕망이 올라오는 것과 같았다. 그 욕망 속에서 괴로움이 싹트고, 그 괴로움이 반복되는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삶은 불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