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불교 테마연재 [김병전의 지금 명상] 2. 내면의 힘을 깨우는 원동력, 셀프컴패션

2022.03.15
현대불교 테마연재 [김병전의 지금 명상] 2. 내면의 힘을 깨우는 원동력, 셀프컴패션

셀프컴패션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라마는 ‘리더스웨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티베트인들에게 미래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티베트인들의 믿음이 어찌나 강한지 나도 놀랄 정도이다. 수많은 티베티인들이 티베트 바깥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믿음과 쾌활함을 잃지 않고 있다. 사람들에게 믿음을 불어넣을 때 리더는 그것이 바른 믿음이 되도록 신중해야 한다.”

말씀의 핵심 키워드는 ‘바른 믿음’이다. 믿음은 무엇인가를 이루어낼 수 있는 강력하고 무한한 힘을 준다. 달라이라마가 말하는 바른 믿음이란 지도자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티베트인 자신들에 대한 믿음이다. 인간의 내면에는 태앙과 같이 무한한 잠재력이 있고, 그 잠재력은 바로 모든 인간의 온전성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양을 가리고 있는 구름 때문에 잠시 보이지 않을 뿐 태양 자체를 의심하면 안 된다. 자신의 온전성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언젠가 태양이 모습을 드러낸다. 찬란한 태양을 마주할 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이 함께 한다. 성철 스님께서 백일 법문에서 “수행은 자기 호주머니 속에 이미 있는 보석을 찾는 일”이라고 한 말씀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자신의 태양을 맞이하려면 밖으로만 치닫는 마음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려 가만히 살피고 돌봐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평소 자신의 온전성을 신뢰하기는커녕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다. 남에게는 기꺼이 친절을 베풀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일이 잘되지 않을 때 우리는 보통 자기 비판적인 경우가 많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가?”, “나는 왜 되는 일이 없을까?”, “왜 하필이면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길까?” 등. 우리는 스스로를 비난하고 자책하는데 너무 익숙해져 있다. 익숙함을 넘어서 자동화(autopilot)되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자기를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실제로 가장 자연스러운 것일이다. 만약 손가락이 베이면 상처부위를 소독한 후 약을 바르고, 밴드나 붕대로 보호하면서 치료하고자 할 것이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상처가 나면 따뜻한 주의로 돌보아야 한다. 자신에 대한 친절은 이기심이 아니다.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하고,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진정한 친절이나 사랑을 베풀기 어렵다고 한다. 먼저 자신을 사랑할 때,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은 배가 된다. 먼저 나에게 친절해야 한다. 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사람일수록 타인에게는 친절하고 너그러운 반면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고 가혹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삶의 방식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고 오래 가지도 못한다. 언젠가 힘들고 지쳐서 상처만 입고 쓰러지기 십상이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이 ‘셀프 컴패션 (Self-Compassion)’다. 셀프컴패션은 새롭고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삶의 고통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돌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 이것이 바로 셀프 컴패션이며 행복의 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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