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 내외로 하는 간단한 명상 차(茶)·산책 등으로도 가능해 판단하지 않는 수용적 자세로 오감 알아차리는 시간 보내길
필자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가능한 1년에 2번 정도는 5일 이상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묵언수행 프로그램을 참여하려고 한다. 올해는 8월 중순 제주도에서 진행된 5박6일 묵언안거 집중수행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한반도를 가로질러 북상한 태풍 ‘카눈’ 때문에 제주행 비행기가 결항되어서 참석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행히 태풍 세력이 일찍 약화되면서 늦게나마 합류할 수 있었다.
제주공항에 내려 서둘러 택시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걸려 수행처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섰을 때 가장 인상적인 것은 다기세트와 홍차였다. 나무로 된 받침에 하얀 다기세트가 정갈하게 놓여있었다. 조그마한 찻잔 2개, 깨어나는 몸의 공간에서 두 눈을 감고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집중해보라는 안내 카드와 홍차 티백이 놓여있었다. 여행자가 도착해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고 충전을 해보라는 메시지였다.
최상의 맛을 즐기기 위한 가이드도 친절하게 안내되었다. 찻잎 양은 2g, 물의 양은 100ml, 온도는 100℃, 첫 우림은 60초 후, 두 번째는 90초, 세 번째는 120초로 하라는 안내를 그대로 따르며 분주하고 조급했던 마음도 잠시 내려놓고 차의 매력에 폭 빠져보았다. 차를 소개한 안내 문구처럼 어린 찻잎의 섬세한 발효로 부드러워진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었고, 입 안 가득 퍼지는 꽃향기가 온몸에 따뜻하게 퍼지면서 마음도 같이 이완되고 편안해졌다. 달콤한 꿀향과 우디한 숲향의 묵직함이 드러나면서 찻잔의 잔향도 부드럽게 기분을 전환해주는 것 같았다.
여행객을 환대해준 차로 인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처음 방문한 곳에 대한 이미지도 매우 긍정적으로 바뀐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어떤 장소, 어떤 시간이든지 지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음미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편안함이고 행복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